클레어는 스스로 돈을 벌어보려 그레첸이 추천해준 아기 돌보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일할 곳은 아주 평범한 가정으로 부부는 오랜만에 단 둘이 주말 여행을 떠난다. 그런 부부와 사랑받고 있음이 틀림없는 아기를 보며 클레어는 조금 부러움을 느낀다.
긴장하지만 클레어는 그럭저럭 잘 해나간다. 그런데 장을 보러 나갔다가 아기가 우는 바람에 완전히 당황해버린다. 달래려고 해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어쩔 줄 몰라하는데 갑자기 누가 다가와서 아기를 안고 달랜다. 놀라서 보니 가브리엘. 두 번 놀라는데 아기가 신기하게 조용해지는 걸 보고 세 번 놀란다. 불안해하는 클레어에게 가브리엘은 씩 웃으며 아기를 돌려주고 남들 보란 듯이 친한 체를 한다. 기가 막히지만 보는 눈이 많으니 어쩔 수 없이 장단을 맞춘다.
가게를 나오자마자 클레어는 정색하고 가브리엘에게 따진다. 여태 자기를 미행한 거냐고. 가브리엘은 얼굴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막상 네 어설픈 꼴을 보니 걱정돼서 못 갔던 거라며 너스레를 떤다. 클레어는 완전히 어이가 없어서 가브리엘을 무시하고 가버리지만 집에 가니 가브리엘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왕 들킨 거 더 숨을 필요가 없다는 그 뻔뻔함에 화내기도 지쳐서 클레어는 결국 반쯤 체념하고 그가 머무르는 걸 묵인한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같이 주말을 보낸다. 밥을 같이 먹고 아기를 같이 돌보고 산책을 같이 하고 같이 TV를 본다. 그 동안 클레어는 정말 말도 안되지만 가브리엘이 자기보다 아기 볼 줄 안다는 걸 인정한다. 왜냐면 파크만 머릿속에서 그 부부가 아기 키우는 걸 봤기 때문에. 그리고 더욱 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가브리엘이 꽤 '평범한 사람처럼' 매너를 지키고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 사이 그는 능력도 별로 쓰지 않았고 아기에게도 퍽 다정했다. 어쩌면 그가 정말 변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한편 가브리엘도 기분이 묘하기는 마찬가지다. 처음엔 그냥 클레어를 쫓아왔던 거고 나중에는 놀림 반 불안(...) 반으로 눌러앉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기도 모르게 이 분위기에 안착하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아기에 대해서 그렇다. 그는 스스로 아이와 친하다고 생각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마이카나 루크 등 아직 어른이 아닌 아이들에게 이상하게 유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마 자기에 대해서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었기 때문이겠지만 그 녀석들은 참 쉽게 자기를 믿었다. 지금 자신이 누구 품에 있는지도 모르고 웃고 있는 이 아기도 그렇다.
부부가 돌아오기까지 얼마 안남은 오후에 클레어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가브리엘은 아기와 단 둘이 남는다. 클레어가 본인도 모르게 경계심을 풀었다는 증거지만 가브리엘은 그걸 지적하지 않는다. 어느샌가 그의 관심사는 클레어에게서 아기로 옮겨가있었다. 옹알이하는 아기를 안고 어르면서 그는 셋이서 보낸 주말을 돌이켜본다. 아주아주 평범한 가정의 일원이 된 기분. 말하자면 신혼부부라도 된 것 같다는, 클레어가 알면 분명 헛소리 말라고 질색을 하겠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 달콤한 그런 상상.
파크만도 아빠였고 네이슨도 아빠였다. 또 벽 속에서의 언젠가 피터는 그가 '갈망'을 얻어온 미래에서 자신이 한 아들의 아버지였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한 아이를 품에 안고 도닥이며 누군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 오후는 실제로 너무나 평화롭고 아늑하다. 마치 현실이 아니라 꿈인 것처럼. 가브리엘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다.
"넌 정말 행운아야. 능력 같은 게 없어도 네가 특별하다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래. 네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난 너 같은 아들은 아니었지만, 너 같은 아이의 아버지는 되고 싶다."
피터는 자세한 내용을 말해준 적이 없지만 가브리엘은 자기도 모르게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고 있다. 아침에는 와플을 구워주고 낮에는 함께 놀아주고 밤에는 악몽을 꾸지 않도록 지켜주고,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아들이 무서워할까봐 능력을 숨기는 그런 아버지가 되는 상상을. 지금처럼 평화롭고 따뜻할 수 있다면 그런 삶도 좋을 거라고.
그리고 어느 새 돌아온 클레어는 낮게 깔리는 그 혼잣말을 문 뒤에서 들으며 노아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