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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피터→네이슨] I'll Never Die, Never Let You Go

by 천수 2013. 9. 9.


In bed I lie
No need to cry
My sleeping cry

But it's only when I sleep
Got me spinning round and round
(Turning upside-down)

Up to the sky
Where angels fly
I'll never die
But it's only when I sleep





네이슨이 죽은 뒤로 늘 꿈에서 네이슨을 보는 피터. 늘 당연하게 있어주었던 형이 이제는 사진 속이나 꿈 속에서밖에 볼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익숙하지 않다. 

교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탈진해 기절하듯이 잠들고 네이슨의 꿈을 꾼다. 숨이 막혀 깨어나거나,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울거나 하면서. 그리고 다시 사람들을 구하러 나간다. 네이슨의 대신이라도 되는 듯이 그들을 구하는데 천착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든다.


어느 날 꿈에서 피터는 네이슨과 그 옥상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그 순간. 네이슨은 말한다. 자기가 죽었다는 걸 인정해야만 한다고. 이제 그만 자신을 놓아보내라고. 

결국 피터는 그를 놓친다. 그리고 네이슨은 날아오른다. 항상 떨어지던 그가 '늘 그랬듯이' 날아오른다. 아주 아주 멀리. 피터가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멀리. 

피터는 옥상에 홀로 남겨진다. 바람을 맞으며 네이슨이 사라진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다 이를 악문다. 


왜?


왜 죽어버린 거야?

왜 그대로 있어주면 안 되었던 거야?

왜 날 두고 가버린 거야?

왜 꿈에서조차 내게 잊으라고 말하는 거야?


꿈에서 깬 피터는 한동안 천장을 노려본다. 크게 뜬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러다 문득 중얼거린다.

"난 죽지 않아, 형. 형처럼 죽지 않을 거야.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 


그리고 죽을 때까지 기억할 거야.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거야.








늘 함께였던 서로의 생이 갈라져야만 했던 그 순간 피터는 솔직히 원망과, 어쩌면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 03. 24



천천히 솔직히 아주 금방까진 아니더라도 언젠간 잊혀질 거라고 
믿었지 그렇게 믿고 지금까지 견뎌왔었는데 그런 날 비웃듯 
그 기억들이 마치 중력처럼 내 모든 마음을 너에게로 끌어당기고 있어 
벗어날 수가 없어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감싸 안는 동안 나는 수 백 번도 넘게 
너를 그리워했고 눈물 흘려야 했어 

참 그렇지. 이렇게 날 힘들게 하고 외롭게 하는 그런 기억인데 
그 기억들이 마치 중력처럼 내 모든 마음을 너에게로 끌어당기고 있어 
벗어 날수가 없어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감싸 안는 동안 나는 수 백 번도 넘게 너를 그리워했고 
또 지워가야 했어 
왜 그래야만 했어 

찰나의 순간에 영원히 갇혀진 흑백사진 속 피사체 같이 나의 슬픔은 항상 똑같은 표정으로 널 향하고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감싸 안는 동안 나는 수 만 번도 넘게 너를 그리워했고 
또 지워가야 했어 왜 그래야만 했어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감싸 안는 동안 한 번 생각해 본 적 있는 지 
꽤 오랜 시간 지나 지구가 태양을 열 번 감싸 안은 후에도 
널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을 내 그 모습을 
왜 그래야만 했어 
왜 날 떠나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