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바림1 100428 벚꽃위에내린눈 벚꽃 지는 모습을 두고 흔히 눈이 내리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 말이 현실이 되리라고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4월이었다. 이제 막 꽃을 피워낸 벚나무 위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꽃잎처럼 하늘거리며, 그러나 갓 핀 꽃잎을 가혹하게 떨어뜨리는 따스한 차가움으로. 그리하여 누구나 한 번쯤은 입에 담았을 환상이 현실이 되었다. 분분히 날리는 것이 눈송이인지 꽃잎인지 구분할 수 없는 그것은 분명 진경(珍景)이었다. 진한 인디고 빛으로 물든 그녀는 그 모순된 아름다움 속을 걷고 있었다. 엷게 쌓인 눈과 흩뿌려진 꽃잎이 그녀의 발밑에서 한 몸으로 이겨졌다. 사박, 사박, 사박, 사박. 늦추지도 빨리 하지도 않는 일정한 걸음걸이로 그녀는 계속해서 여린 봄과 지치지 않는 겨울의 사이를 걸었다... 2012. 9.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