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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하늘을 나는 능력"을 통해 보는 이 형제의 관계

by 천수 2014. 6. 25.

피터는 '사랑한다'고 느끼면 모든 것을 내어주겠지. 네이슨은 '사랑한다'고 해도 모든 것을 내어주진 못하겠지. 그게 이 형제의 차이. 네이슨은 결코 피터처럼 사랑에 '빠져드는' 인간은 아니야. 그래서 늘 벽이 서 있지.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허락하는 게 창문이라면 피터에게는 문을 내어 주는 거지. 열쇠도 필요 없는 문. 때로는 닫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열리게 되어 있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문.

아무리 생각해도 이 드라마 안에서 네이슨이 '사랑한' 사람은 피터 뿐이야. 내 편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거듭 설득하고 곁에 두려 했던 것도. 엇갈리자 상처받았던 것도 그걸 숨기지 못했던 것도. 자기 아닌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 것도. 모두 피터에게만.

그걸 상징하는 게 "하늘을 나는 능력". 피터가 꿈에서 보았고 자신의 것이라고 믿으며 원했던 능력. 그러나 사실은 네이슨의 것이었고 본인은 부정했던 능력. 이 능력에 대해서 이 형제가 나누는 대화가 세 번이 있었던 것 같은데


1. 시즌1의 그 추락=도약 씬. 

피터는 "이제부터 새로운 내가 될 거야" 라고 말하며 뛰어내렸지만 결국 날지 못했어. 능력을 사용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 

대신 네이슨이 날아서 피터를 붙잡았고. 하지만 끝까지 붙들진 못했어. 그리고 피터가 다시 물었을 땐 모르는 척 해버렸지. 네이슨 역시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고 두려움이 컸지.


2. 빌런즈 마지막, 불타는 파인허스트에서 빠져나올 때. 

불속에 갇힌 네이슨은 왜 혼자서 날아갈 생각을 못 했을까? 그 결과로 피터는 자신이 반대했던 공식을 주입해서 다시 능력을 얻고, '다시' 네이슨의 능력을 복사해서 그를 구했지. 이때 네이슨이 격렬히 화를 내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네가 날았지! 내가 아니었어. 네가 난 거야. 그렇게 반대하더니!" 

둘 다 능력의 사용에는 이제 익숙해졌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하고 행동한 것은 이번에도 피터. 그리고 네이슨은 이 볼륨에서 피터가 자신의 손을 '잡지 않았다'는 것에 유독 배신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가 잡아줘야 했던 피터가 이제 그의 손을 떠난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는 돌아서버렸지만 공교롭게도 피터는 이제 '날기 위해서는' 이전보다도 더 네이슨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 왜냐하면 이제 능력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빌리는 것이니까. 네이슨이 곁에 없으면 그는 오래 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것 상관 없이 마음대로 날 수 있으면서도 네이슨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날지 않는다. 결국 둘 다 능력을 지니고 있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3. 그 빌어먹을 옥상. Fifth Stage. 

피터가 '우리가 처음 날았던 때 생각나' 하고 묻자 네이슨은 "우리 둘 다 날았지" 라고 대답했다... '아냐, 형은 처음엔 부정했잖아.' 

단순히 기억 동기화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네이슨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피터는 제대로 날지 못했지만, 그는 피터가 '날았다'고 인정해줬다. 자신과 함께. 마치 그 능력이 처음부터 피터의 것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추락하기 직전에 다시 한 번 인정해준다.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내가 없어도 할 수 있어." 네이슨의 손을 잡지 않으면 날 수 없게 된 피터에게 그렇지 않다고, 혼자서도 날 수 있다고, 새장을 열어주는 말이었다. 원하지 않아도 혼자 남아야 할 피터에게 두려움 대신 자유와 용기를 선택하라고 이끌어주는 말.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넘어지고 추락하면서라도 혼자 나는 법을 배워야 하는 피터에게. 

그 뒤 네이슨의 장례식에서 "난 준비가 됐어"라고 말한 피터는 처음으로 네이슨이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하늘을 난다. 

그리고 우리의 형들은 우리의 잠재력을 억누르지 않았느냐 하는 새뮤얼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 그는 나를 끌어올려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