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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팁버키

AU/서서히, 버겁게, 조용히, 짙게

by 천수 2014. 5. 28.

다듬지 않으려 했으나 앞이 잘려서 다시 손 댄 새벽 꿈공장 ㅠ 윈솔스팁X캡아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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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버겁게, 조용히, 짙게 - 빠듯하게 안을 채우는 이물감에 숨이 막혀왔다. 스팁은 조바심을 억누르고 언 길을 닦아내듯 조금씩 서서히 밀고 들어왔다. 버키에게는 가해지는 압박이 폐부 깊은 곳을 쥐락펴락 하는 듯했다. 

숨이 가빠오고, 먼저 몸이 단 것도 버키였다. 스팁이 좀 더 그를 다그쳤으면, 묵은 숨까지 컥컥거리며 뱉어내도록 저를 몰아쳤으면 했다. 한편으로는 지금 이대로 저를 서서히 짓눌렀으면 했다. 잠수함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산소가 희박해지듯이 그렇게 제 안을 오로지 그로 채워주기를, 그의 이름으로 호흡하기를, 그토록 밀려나고 밀려난 끝에 간신히 매달려 숨을 멈추었으면 했다. 

스팁은 두 번째를 택했다. 무너진 갱도에서 두 손만으로 흙을 파내어가듯 그는 버키의 안으로 밀고 들었다. 밖으로는 잔해에 갇히듯이 짓눌리고 옥죄어지며, 안으로는 심장을 건드린다는 착각이 들 만큼 그를 맞아 흔들리며 버키는 행복했다. 두 사람 모두 숨이 가빴다. 스팁이 제 목을 조른다 해도 그 굳건한 손과, 파득거리는 제 맥을 느끼며 기쁘게 죽고 싶었다.

마침내 그들은 함께 절정에 이르렀다. 한치의 틈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단단하게 맞물린 몸으로 그들은 고요히 멈추어섰다. 그 어느 한 순간, 제 몸은 다 비고 밀랍처럼 부어진 어떤 뜨거운 것이 그 틀을 채워 굳어지기를 기다리듯. 숨결 한 번에 무너질 것 같은 그 순간을 위해 그들은 아무 말 없이도 약속한 것처럼 숨을, 자기를 의식하기를, 어둠속을 파내리기를 멈췄다. 파고들듯 부둥켜안은 그 순간을 오로지 위해서.


죽음같은 순간이 지나고 스팁은 단단히 굳었던 몸을 이완시켰고 버키는 긴 숨을 내뱉었다. 눈도 뜨지 못한 채 버키는 오른손을 더듬어 스팁의 머리를 부볐고, 혹여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제 어깨와 목 사이로 바짝 내리눌렀다. 버키가 이끄는 대로 스팁은 아귀를 맞추며 그에게 얽혔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서로 사라질 것처럼. 처음부터 둘이 아니라 단단한 중 무른 곳에 정을 대어 쪼아낸 듯. 다시 하나 될 수 없는 경계선에 울며 매달리듯.


스팁.

스티브.

이리 와. 이리 와.

괜찮아.

나를 죽여도 돼. 가져도 돼. 난 네 거야. 그렇게 정했어. 거리낄 것 없어.

어서.

버키.

네 맥이 뛰어. 심장이 느껴져. 뜨겁고, 아득하고, 절박해.

응.

이대로 죽으면 좋겠다.

응.

용암처럼, 너와 내가 타들어가서 심장이 들러붙어 죽어버리면 좋겠다.

응. 스팁. 나도 그래. 나도.


그리고 침묵했다. 울음이 녹았다. 캄캄한 심해에 가라앉아 태초에 하나였던 쌍둥이는 서로에 의지하여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