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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가브리엘→피터↔네이슨, 녹슨 시계 (20130708)

by 천수 2013. 12. 8.

피터한테 호감을 느끼지만 그 감정이 주입됐던 네이슨의 영향이 아닌가 혼란스러워하는 가브리엘은 아무튼 슬래시로도 캐릭터분석으로도 좋은 소재인 것 같다. 

자기도 모르게 네이슨의 기억을 자기 기억인 양 떠올릴 정도로 이미 녹아있는데, 그때마다 피터는 그건 네가 아니라고 잘라버리고. 근데 피터도 사실 혼란한 거지, 네이슨은 피터한테 너무 큰 존재였으니까. 그 흔적을 가장 온전하게 간직한 사람이 하필 그를 죽인 사일러라는 게 또 아이러니하고. 

결국 네이슨을 매개로, 가브리엘은 갈수록 더 피터에게 애착을 느끼는 동시에 그 피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에 약해지고, 피터는 네이슨이 그리운 만큼 가브리엘에 대한 애증이 커지며... 이 무슨 앵슷이요.



"사랑해. 형."


그 말을 듣고 답한 귀와 입은 그의 것이었다. 울 것 같던 얼굴을 올려다본 눈도 애써 웃어준 입도 떨리는 두 손에 매달려 있던 팔도 모두 그의 것이었다.

그러나 제 몸으로 받았던 그 먹먹한 순간을 그는 제 것으로 가질 수가 없었다.

그 습기 짙은 모든 것이 향한 대상은 그가 아니었기에 - 그의 피부 아래를 차지한 다른 누군가였기에.


-사랑해. 네이슨.


아직도 밑바닥에 남아있는 그 이름이 어지러웠다. 검푸른 녹처럼 뇌리를 잠식해가는 이름을 그는 심지어 닦아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안에서는 네이슨의 기억이 밖에서는 피터가 계속해서 가하는 그 '습한' 감정들 때문에, 시계의 이름으로 그 사이를 가로막은 시계수리공이 부식되어 망가지겠지.

타인을 부품삼아 자신을 채우려 들었던 자가 자기 안에 끼어든 타인으로 인해 어긋나고 무너지는 것. 볼륨5에서 네이슨의 존재로 인해 사일러and/or가브리엘이 겪는 혼란은 그의 업보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형벌이라고 생각한다.






썰계정에 적어놓았던 건데 오늘 트위터에서 마침 이 얘기를 하게 돼서. 생각난 김에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