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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야샤

12국기 AU

by 천수 2018. 9. 27.
이누, 셋쇼, 나락이 기린이고 각각 카고메, 린, 키쿄우가 왕.

이누카고는 둘다 태과이고 경주종의 우여곡절 후 안주종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손발 잘 맞는 느낌으로 진행.
셋쇼린은 태주종의 역전이라고 할까 상냥한 어린 왕을 보살피는 냉정한 재보 좋다.
그리고 나락키쿄는… 애석하게도 실도. 태의 국명이 바뀐 고사와  교주종의 혼합 느낌.

즉위 순서는 린셋쇼 - 키쿄나락 (치세 20년) - 봉산공 3년 + 2년의 공백 + 이누야샤의 성장 17년 후 카고이누.

나라는 사혼의 구슬에서 따올까. 
황혼(荒魂.아라미타마)=용기 : 코우가(치세 150년 이상)가 왕이고 그 약혼녀 아야메가 기린.
화혼(和魂.니기미타마)=친절 : 린셋쇼
기혼(奇魂.쿠시미타마)=지혜 : 히토미코(치세 약 80년, 하쿠신의 두 번째 왕)가 왕이고 하쿠신(첫번째 왕이 무려 반코츠!! 6년)이 기린.
행혼(幸魂.사키미타마)=사랑 : 키쿄나락 - 카고이누

봉산 신선들의 수장으로 카나데가 있고, 휘하에 아사기들을 두고 있다.
투아왕은 요마로 태어났으나 생명을 귀애하고 약자들을 보호한 덕업으로 신수에 올라 황해의 질서를 돌보고 있다. 그의 반려 루나는 기린이 신수로서의 능력을 자각하고 요마들로부터 몸을 지킬 힘을 기르도록 가르친다.
투아왕은 호쾌하고 자상한 성품 탓에 일견 허물없어 보이지만, 셋쇼마루는 이누야샤 정도 나이에 겁도 없이 그를 절복해보려다가 '용서받은' 바 있다. '진' 게 아닌 까닭은 "애초에 일방적인 비교였기 때문." 자존심이 상해서인지 셋쇼마루 본인은 그 일에 대해 철저하게 묵비로 일관하고, 덕분에 어쩌다 눈이 마주쳐버린 이누야샤만 '질식하다 못해 압력으로 머리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패기'에 혼비백산했다. 펄쩍 뛰어 거리를 벌리고 보니 정작 투아왕은 눈썹조차 흐트러짐 없이 씩 웃는 얼굴.

신화는 사혼의 구슬 전설. 태고에 인간들 중 미도리코라는 여인이 천제의 명을 받아 지상을 돌보고 있었는데, 몇몇 힘있는 요마들이 패권을 다투며 지상을 혼란에 몰아넣자 미도리코는 인간들을 지키려 싸우기 시작했다. 천제의 직명을 받은 최초의 여선에 맞서려면 요마들은 힘을 합쳐야만 했고, 인간의 몸으로 감히 천선에게 연심을 품은 남자를 그 핵으로 삼았다. 싸움이 계속될수록 지상은 더 황폐해질 뿐이라 결국 미도리코는 피차의 혼만을 끌어내 구슬의 형태로 압축하고 동귀어진, 대신 지상에는 자유를 주었다. 이후 천제는 요마와 인간의 영토를 나누고, 미도리코가 그랬듯이 인간의 삶을 지키는 방벽이 되도록 왕이라는 존재를 부여했다. 단, 요마의 핵이 되어버린 그 남자처럼 왕이 마음속 사념으로 인해 정도를 벗어나면 방벽이 약해져 요마의 세력이 뻗치게 되는 것. 그래서 왕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도록 기린을 내렸다는 이야기.
대부분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왕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종의 우화로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실재했던 역사. 구슬은 그 내력이 잊혀진 채 행혼국에 물려 내려오고 있었다.
구슬 속 곡령은 나라쿠가 사신목을 저주하며 죽어갈 때 사령들에게 먹히다 남은 나라쿠의 머리를 훔치고 요마들로 짜맞춘 몸을 부여한다. 그리고 천제에게 복수를 내세워 자신의 봉인을 풀라고 종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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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쿠는 태과. 봉래에서의 이름은 오니구모. 전란 중에 도둑질로 연명하던 중 다른 산적들에게 난도질 당한 채 동굴에 버려졌다가 때마침 암행을 나갔던 하쿠신에게 발견되었다.
까마귀 같은 검은 갈기와 붉은 자색 눈의 흑기린. 장장 17년만에 돌아와 길조라며 칭송받았으나, 정작 본인은 봉래에서 험한 일을 많이 겪은 탓에 염세주의에 빠졌다. 기린의 본성인 인애와 자비가 그에게도 남아있지만 자아가 독해서, "이런 내가 인애의 신수라니 이 세상도 알 만 하군." 자기에게도 타인에게도 냉소적으로 군다. 자비 같은 건 어차피 기분 문제고 여기서나 저기서나 생명은 다 똑같이 '무가치하다'며 위악스러운 태도. 왕의 선정에 대해서도 운명 같은 필연은 착각에 불과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건 운과 불운의 보편성, 즉 우연 뿐이라는 주장. 그 대신 '언제 놓칠지 모르기 때문에' 한 번 손에 쥔 것에 집착도 강하다.
즉위 전에 약사이며 아이들의 선생 노릇을 했던 키쿄우는 또 워낙 강직하고 결백한 성격이라, 백성에게 온정을 베풀어야 할 기린이 정체성을 전면부정하는 꼴을 두고보지 못했다. 나라에 대한 책임을 저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 처음엔 차근차근 좋은 말로 타이르다, 나중에는 분노와 증오로 그를 교정하려 했지만 결국 지쳐버렸다.
"기린과 왕의 역할이 바뀐 것 같구나."
"그랬으면 그대는 진작 죽었을걸."
분명한 것은, 그는 기린으로서 대의를 위한 삶을 거부하고 인간으로서 자유로운 삶을 원했다는 것. 그래서 자신에게 기린의 운명을 내린 천제를 원망하는 말과 행동을 자주 보였으며 그가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관심 없이 그저 숭상하는 이들 또한 경멸했다. 재보 시절에도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외모를 활용해 변복을 하거나 아예 주술을 익혀 얼굴을 바꾸어 나돌아다녔다. 외출 시의 가명은 무소우. 또 죽을 때까지 절대로 전변을 하지 않았다.
여괴는 칸나지만 역시나 없는 셈 치고 있다. 사령은 고신키, 쥬로, 카로, 하쿠도시, 모료, 뱌쿠야 등 요마를 엄청나게 데리고 있다. 그리고 이 요마들로 인해 나중에 곡령과 만나는데…
둘 다 유능해서 나라는 그럭저럭 지탱이 됐지만 자신의 사명을 납득할 수 없었던 나라쿠는 결국 실도한다. 치세 20년의 일. 환멸이 극에 달한 키쿄우는 너처럼 제 성질 못 이겨 백성들까지 고통스럽게 하는 놈에게 새 왕을 뽑게 하느니 새로운 기린이 빨리 태어나는 게 낫겠다며 죽음을 각오하고 나라쿠를 제 손으로 죽이려 했다. 이때를 회상하는 카에데는 봉왕 츄타츠를 떠올리는 겟케이의 심정. 사랑하는 언니지만, 굽힐 줄 모르는 그 성품이 결국 똑같이 자존심 강한 이와 만나 충돌해버렸다고.
그런데 사실 나라쿠는 키쿄우를 사랑했다… 이슬 한 방울에도 휩쓸려버릴 풍진세상 속에서 키쿄우는, 그가 보기에, 눈 속 매화처럼 유일하게 고결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서 있었다. 처음 키쿄우를 보았을 때 느낀 왕기도 물에 비친 햇살처럼 눈부신 빛이었기에 무심코 손을 내밀어 만져보았다가 첫째로 그녀가 산 사람이란 것에 놀라고, 둘째로 자기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놀랐다. 결국 단명하긴 했지만 나라가 20년이라도 버틴 건 오로지 키쿄우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그의 집념 때문. 그마저도 없었다면 과연 얼마나 갔을까.
단, 그의 '사랑'은 나라와 백성보다도, 심지어 왕보다도 '키쿄우'라는 한 사람만을 원하고 그녀도 자기를 가장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마음이었다. 또 그렇게 키쿄우를 갈망하면서도 이 마음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빌어먹을 '기린'의 운명 탓이 아닌지 의혹을 떨치지 못했기에 드러내지 않았던 것. 다만 카에데는 눈치채고 있었고, 키쿄우는 감지는 했으나 양쪽 모두의 책임을 우선시했다.
그래서 키쿄우는 나라의 앞날을 위해 나라쿠를 죽일 마음으로 찾아갔음에도, 새 기린이 태어나 왕을 선택할 때까지 최소한 6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해 결국 그를 놔두고 퇴위하기로 마음을 돌렸는데. 문제는 그게 나라쿠에게는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걸로, 그녀만이 자유로워지는 걸로 받아들여졌다. 비틀린 동경과 연심이 그 순간 극에 달해, 나라쿠는 돌아서는 키쿄우를 그녀가 내던진 칼로 찌르고 만다.
돌이킬 수 없게 된 후에야 그는 자기가 저지른 결과를 인지했고, 스스로 늘 말하던 자유가 아니라 죽음까지도 그녀와 함께하는 구속을 원했음에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선택을 납득 못한 그는 그 선택이 자의인지 타의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왕을 기다린다. 다른 왕에게도 그같은 마음을 느낀다면 자기는 좀 꼬이긴 했어도 결국 '기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걸 테고, 반대의 경우라면…
그 뒤 3년을 봉산공으로 머무르던 나라쿠는 마침내 승산객 중에서 자신과도 키쿄우와도 기묘하게 닮은 인상의 '인토우'라는 남자를 왕으로 선정. 그리고 즉위식 직전, 사신목에 저주라도 하듯 제 피를 낭자하게 흩뿌리며 자진하고 만다. 그를 절망하게 한 결과가 전자인지 후자인지는 오직 그만이 안다. 아니면 그 자신도 분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포자기했는지도.
제 손으로 구해 데려왔기 때문에 나라쿠에게 관심이 남달랐던 하쿠신은 나라쿠의 행보를 지켜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첫 번째 왕을 잃고 나라를 짊어진다는 책임감을 더 무겁게 느끼기 때문에, 은연중에 동병상련.
봉산공으로 있던 시절 나라쿠는 유독 사신목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전해지는데, 그 원한 서린 죽음 때문에 여선들은 나무에 부정이 타진 않았는지 노심초사했다. 그 걱정은 나라쿠의 뒤를 이어 태어난 이누야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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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쇼마루는 달빛같은 갈기와 금빛 테를 두른 푸른 눈의 은기린. 나락이 인애를 거부했다면 이쪽은 인애가 뭔지 자각이 없다(…).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오 인간은 인간이고 요마는 요마로다.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 하는 무심함. 더구나 워낙 강해 딱히 남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으니 유아독존 성향이 더 강해져버렸다. 사령도 여괴 사라, 덤볐다가 역으로 복속당한 카구라와 토우랑, 투귀신, 유일하게 죽기살기로 싸워야했던 폭쇄아 뿐. 진짜 혼자 살아도 될 비선이었으면 문제가 커졌을 텐데 다행히 기린이라서 자기랑 정 반대인 린을 왕으로 만났다. 오오 천제의 안배 오오.
린은 승산식 때 올라온 어느 귀족의 가생이었는데 물 뜨러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던 중, 혼자 밤산책 나온 셋쇼마루를 마주쳤다. 셋쇼마루는 보기보다 눈치가 없어서 린을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겨우 사람을 만난 린이 허겁지겁 쫓아와 울먹이며 길 좀 알려달라고 매달렸다. 나중에 말하기를 이때 린은 셋쇼마루가 기린인 줄은 모르고 어른들이 말하던 봉산의 천선인 줄 알았다고.
셋쇼마루는 혹시 얘가 요마라도 만나 피냄새가 나면 곤란하다 싶어 일단 야영지로 데려다줬다. 이때 눈썰미 좋은 사람들에게 기린인 걸 들켜 본의 아니게 '노예 꼬마 하나도 지나치지 않는 인애의 신수'라는 선입견을 키웠다. 물론 왕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린에게도 개성이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대신 린은 봉산에 머무르는 동안 '기린의 은혜를 입은 아이'라 하여 행운의 표시처럼 대우받았다.
셋쇼마루를 다시 마주친 린은 덕분에 요마도 만나지 않았고 주인님께 혼도 안 났다며 감사 인사부터 전한 뒤, 부디 좋은 왕을 뽑아달라고 자기가 부적처럼 소중하게 간직해온 어머니의 유품을 선물로 준다. 사실 린은 요마의 습격으로 부모님을, 기근으로 오빠를 잃고 가생으로 팔린 경우로서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좋은 왕이 즉위하면 나라가 평화로워진다는 이야기를 어린아이다운 간절함으로 믿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 마음 탓인지 스치듯 접한 린의 손은 매우 따뜻하고, 궂은 일을 많이 해서 분명 거칠 텐데도 아기같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나중에 그 순간을 돌이키며 셋쇼마루는 '가슴 속 깊은 어딘가를 건드리는 것 같았다'고.
따뜻한 물에 잠기는 듯한 그 안온함이 린의 왕기였고, 그래서 마음에 젖어들었지만, 눈에 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승산객들이 하산할 때까지도 셋쇼마루는 린이 왕인 걸 알아채지 못하고 그 느낌을 곱씹고만 있었다. 그런데 하산하는 인간들을 노리고 요마가 나타나 피냄새가 풍겨오자 반사적으로 린이 떠올라 뛰쳐나갔다. 도착하자마자 그가 본 건 요마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린. 난생 처음 느끼는 절박함으로 요마를 쫓아낸 셋쇼마루는 피가 묻는 것도 거리낌 없이 린을 품에 안고 봉산으로 돌아갔다. '이 아이를 대신할 건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며.
다친 린이 치료받는 동안 자신도 괴로운데도 내내 옆을 지키고 있던 셋쇼마루는 린이 정신을 차리자 그녀를 왕으로 인정하고 계약을 맺는다. 여전히 남들에겐 무심한 편이지만, 린이 백성들을 아끼기 때문에 린을 아끼는 마음의 한 표현으로써 나라를 돌본다. 그 의지의 상징으로 상처를 낫게 하고 주위를 정화하는 보검 천생아를 지닌다.
즉위 초기에는 린이 아직 어려서 셋쇼마루가 거의 섭정. 기린치고 냉철한 성격이 일처리에는 도움이 되었다. 영윤은 자켄. 그래도 주요 안건은 반드시 린에게 가르쳐주고 의견을 물어 반영하는 모습이 여관들을 꽤나 흐뭇하게 했다. 린이 왕 역할에 익숙해진 후로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조근조근 토의가 이어진다.
초기에는 고아에 가생 출신 최연소(9살) 여왕을 만만하게 본 반란이 여러번 일어났지만 셋쇼마루가 특유의 카리스마와 강력한 능력으로 린을 지켰다. 린도 보기보다 강단이 있어 벌할 것은 확실하게 벌하고 보듬을 것은 확실하게 보듬어 차근차근 보위를 정착해갔다. 나중에 카고메를 만났을 때 말하기를, 자신의 기원에 책임을 지려 노력하는 것. 상냥하더라도 약해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신하들 앞에서는 버티지만, 자기의 명령으로 좌우된 목숨들을 생각하며 밤중에는 몰래 많이 울었다. 피흘리는 자기를 안아준 셋쇼마루의 평소보다 약간 뜨거웠던 체온을 떠올리며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고. 그런 조숙한, 혹은 성숙한 모습에 차츰 신하들도 그녀의 그릇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라쿠가 실도하고 키쿄우가 죽어 행혼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 난민들을 받아주기도 했다. 카고메가 이누야샤에게 왕으로 선정되었을 때 이들은 치세 40년을 넘긴 상태. 적응은 했다 해도 고독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라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카고메에게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라고 묻기도 한다. 사실 키쿄우와도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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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쿠의 실도 후 2년만에 맺힌 기린의 열매는 설상가상으로 식을 당해 봉래로 흘러갔다. 그게 이누야샤. 봉래에서는 가문의 반대를 무릅쓴 인연으로 잉태되었으며, 전란으로 아버지가 죽어 유복자로 태어나고 어머니도 일찍 병사, 결국 가문에서 내쳐졌다. 무사들 손에 붙들려 달 없는 밤에 우물 속으로 떨어진 어린 소년은 살고자 하는 본능으로 명식을 일으켜 9년만에 상세로 돌아왔다.
셋쇼마루의 은빛 갈기와 달리 이누야샤의 갈기는 빛이 없는 백색이며 눈도 완전히 황금빛이라 다른 기린들과는 인상이 크게 다르다. 하산 후에는 이따금 요마로 오해받기도 했다.
봉산의 여선들은 친절했으나, 부모를 잃고 버림받은 상처가 깊이 새겨진 이누야샤는 일부러 거칠게 행동하며 정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행여나 그가 나라쿠처럼 엇나갈까봐 다들 우려하고 더 달래보려 애쓰지만, 여선들이 수군거리는 '선대'의 운명, '기린'의 운명을 엿들은 이누야샤는 오히려 그들의 '이유있는' 다정과 친절에 더 큰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일단 고통받고 있는 백성들이 마음에 걸려 승산객들 중에서 왕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선정 없이 3년이 지나자 은연중에 밀려오는 기대와 실망의 압박에 그야말로 가시방석.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시한부일 애정에 길들여졌다가 다시 버림받고, 상처받기 전에 자기가 먼저 그들을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봉산을 나선다.
반은 왕을 찾으려, 반은 제 두려움에서 도피하려 방랑한지 다시 3년. 유난히 맑고 깨끗한 바람을 따라가던 이누야샤는 식에 휩쓸려온 태과, 카고메를 만난다.
나라쿠 이후 이 나라에서 태과란 불운을 가져오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15세 소녀 카고메는 '비운의 여왕' 키쿄우와 얼굴이 빼닮았다. 해객이 있다는 소식에 확인하러 온 관리는 그 얼굴을 보고 놀라, 언니가 죽은 후 고향에서 주민들을 돌보고 있던 카에데에게 연락을 취한다. 카고메는 그녀를 통해 간신히 자기가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허나 자기가 '키쿄우'의 환생, 즉 왕재일지도 모른다는 어마어마한 기대는 평범한 소녀로 자라온 그녀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 진짜로 찾아와버린 기린, 이누야샤는 카고메에게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이누야샤로서도, '선대'의 그늘을 연상시키는 얼굴을 가진 카고메가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고통받는 백성들의 기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하필 그녀가 진짜 왕이라니. 악연도 이런 악연이 있을 수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누야샤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카고메와 주종의 의식을 치르려 한다. 그 계약이 불특정 다수의 기대를 나란히 짊어져야 하는 끝모를 가시밭길의 시작임을 알면서도. 이유는 단 하나, 지난 3년 동안 둘러본 황폐한 나라 꼴을 외면할 수 없어서였다. 다혈질에 성급하고 저돌적인 성격이지만 필요하다면 남보다는 자기가 덮어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의 성격.
그러거나 말거나 배경을 모르는 카고메로서는 말 그대로 발목 잡힌 셈. 기린은 명식으로 봉래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 들었기에 일말의 희망을 지니고 있었는데, 설마설마 했던 그놈의 '왕'이 되기 위해 여기 눌러앉으라는 소리나 듣다니. 고향과 가족을 사랑했던 그녀는 왕의 길을 거부하고 어떻게든 봉래로 돌아갈 길을 찾아 이누야샤에게 1년의 여행을 제안한다. 그가 나라를 돌아본 결과로 자신을 왕으로 선택하려는 거라면, 자기 역시 같은 기회를 가지는 게 공평하지 않냐면서. 언니를 떠올린 탓인지 카에데는 뜻밖에 카고메의 편을 들어주고, 무턱대고 카고메에게 짐을 떠맡기기도 미안했던 이누야샤도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처음 의도와는 달리 여행 중에 마주친 고통받는 백성들의 실상, 그들에게는 왕의 즉위가 유일한 희망이라는 사실을 거듭해 확인하고, 이누야샤 역시 기린의 운명을 두려워한다는 걸 눈치채자, 카고메도 마음이 흔들리고 만다. 사랑 받고 자라 사랑을 베푸는 것을 당연하게 알아온 그녀는 천성이 사려 깊고 다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누야샤는 이누야샤대로 카고메가 말도 안 통하는 타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여러 번 우는 모습을 보고, 그리고 시시때때로 향수에 시달리는 그녀는 자기와 달리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는 걸 느끼고 점차 가책을 느낀다. 자기는 어차피 돌아갈 곳이 없어 여기에 머무르고 있지만, 카고메는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로 돌려보내주는 게 옳지 않을까. 자기는 어차피 그렇게 태어났으니 버린 셈 치더라도, 카고메는 자기에게 익숙한 곳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서로에게 있는 다정함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것을 상대에게 나눠주며 이 둘은 점차 서로가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 안타까워 하면서도 버리고 있는 것과 괴로워 하면서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을 이해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왕과 기린의 길이 그렇게나 고달픈 것이라 해도, '그러니 더더욱 너에게만 미룰 수는 없다'는 유대로써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세상에 나아가기로 마음을 정한다. 선대가 워낙 파국이었던 탓에 똑같이 어리고 감정적이고 서툴기까지 한 이 소년소녀에게는 많은 우여곡절이 기다리지만, 역시 감정에 충실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강인한 의지로 헤쳐나가며.
여행 중에 만나 목숨을 맡기는 친구가 된 미로쿠, 산고, 싯포가 카고메의 즉위 후 신하가 된다. 카고메는 즉위 후 카에데를 왕사로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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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즉위 후, 이누야샤와 카고메는 그토록 그들을 압박해오던 과거의 유령과 마주친다.

즉위 직후 나라의 수습에 정신이 없던 카고메는 어느날 밤에 잠이 안 와 정원을 산책하다가 검은 곱슬머리와 붉은 눈을 가진 키 큰 남자와 마주친다. 뜻밖에 마주친 낯선 이에게 긴장하는 찰나, 그는 왕께 인사드린다며 먼저 절을 해온다. 그, '카게와키'는 창백한 낯빛과 그늘이 짙은 눈매, 선이 예리한 이목구비가 음험한 인상이지만 제법 사근사근하게 건네오는 말씨와 정중한 태도를 가진 남자였다.
그 뒤로도 산책을 하면 거의 매번 카게와키와 마주치는데, 이 야심한 시간에 번도 안 바꾸고 같은 사람이 궁을 도냐는 말에 카게와키는 자기가 이 시간을 좋아해서 그런다고 대답한다. 이 시간에 보는 궁은 아주 조용하고 깨끗해 보인다고.
그는 상당히 말재간이 좋고 영리하며, 카고메의 고충을 이해하는 듯하고 위로까지 건네주었기에, 카고메는 만나면 만날수록 그를 마음에 들어한다. 어느 날 유독 피로해하는 그녀에게 카게와키가 약초를 달인 차를 추천해준 걸 계기로 카고메는 그를 가까이 쓸 생각을 한다.
그러나 카고메가 마시는 차를 본 카에데의 얼굴은 무섭게 굳어지고 그 차 달이는 법을 누구에게 들었냐며 다그친다. 카고메가 말하는 특징들은 이 나라에 악몽 같은 누군가와 상당히 겹쳤다. 확인을 위해 카에데는 자기가 직접 그를 보겠다며 궁내관의 인명부를 확인하나, 카고메가 아는 '카게와키'는 그 목록에 있지도 않았다.
그제야 자신이 낯선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다는 것을 깨달은 카고메는 뭔가에 홀렸다가 깨어난 듯 오한을 느낀다. 그날 밤, 카게와키를 피하려고 일찍 궁으로 돌아가지만 바로 그 침궁 안에서 마주친 '카게와키'는 이전과 다른 오만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그래도 조금은 더 데리고 놀려고 했는데 아쉽다며.

그러나 카고메도 아무런 대비 없이 그를 맞이하지는 않았다.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챈 카에데가 이누야샤를 불러 카고메에게 사역마를 붙여놓았기 때문. 사역마가 사내를 견제하는 사이 초조하게 대기 중이던 이누야샤와 카에데, 미로쿠, 산고가 뛰쳐나와 카고메 앞에 선다. 그리고 카에데는 사내의 얼굴을 보자마자 탄식하듯 그의 이름을 내뱉는다. "설마 했는데 정말 당신이군. 나라쿠."